7월 21일
"땅끝" 말맛은 그리 좋지는 않지만 모든 일이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
통상적으로 이곳을 희망의 시작점으로 인식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고, 국토순례의 시발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3시 30분 해변공원 정자에서 일어나 해안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다행스럽게 날씨는 맑아 보인다 ![]() 4시경에 동반자를 깨워 배낭을 꾸리고 전망대로 향하려니 소나기가 내린다 기나긴 장마는 끝없어 보인다 ![]() 날씨 탓도 있겠으나 아직 이른 시각이라 어둠이 짙다 ![]() 5시경 전망대에 당도하여 아래를 살피니 마을 가로등들이 희끄무레 어둠속에서 마을 윤곽을 나타나게 하고 ![]() 비는 멈췄으나 바람이 거세다 ![]() 궂은 날씨 때문에 해돋이를 보지 못하였으나 마음속에서는 이미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른다 20일간 짧지 않은 여정의 작은 걸음나비로 이곳 땅끝에 발 디디고 서 있는 것 만으로 스스로는 큰 의미와 각별한 뜻을 부여해 본다 ![]() 앞으로 남은 일정 무사하게 마무리하기를 빌어도 보고 가족들의 건강과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 녀석은 이른 기상으로 피곤한지 비바람 속에서 공원에 마련된 벤치에 누워 해 뜨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눈을 감고 웅크리고 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일으켜 우의를 챙겨 입히고 조각탑을 향한다 ![]() 산책로 숲길이 너무 아름답고 탁트인 바다가 정겹다 아쉽다면 시계가 짧은 것이지만 ![]() 아스라하게 보이는 섬도 아름답고 ![]() 탑을 둘러 보고 곧장 마을로 내려 가려다 날씨가 개이는 듯하여 ![]() 다시 전망대로 오른다 ![]() 내려갈 때 보지 못한 작품같은 푯말 ![]() 전망대에 오르니 한 줄기 빛이 서린다 다행으로 여기며 감사 감사 또 감사한 마음으로 내려오니 ![]() 오를 때 어둠으로 보지 못한 점점이 박혀 있는 아름다운 섬들 ![]() 그사이 많이 자라 덥수룩한 수염 때문인지 여위고 초췌해 보이는 몰골 반면 내면은 늘 기쁨과 감사함으로 충만하다 ![]() 다음을 기약하며 전망대를 뒤로하고 마을 초입에서 아침을 먹고 동에서 서쪽으로의 여로를 남에서 북으로 선회하여 새로운 순례길 나선다 ![]() 15여년 전 회사 동료들과 보길도 낚시길에 하룻밤 유한 마을 송호리 ![]() 구름 끼고 잔뜩 흐려 해는 보이지 않지만 날씨가 몹시 무덥고 몸이 짓무르다 해돋이를 보고자 이른 기상 때문도 있겠으나 ![]() 지쳐 보이는 우리에게 쉬어 가기를 간청하며 자리를 마련 해 주는 현산면 월강리 주민들 ![]() 둥근달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로고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마을 주민들이 붕어조림과 술 한 잔을 권한다 ![]() 안주가 모자란다며 언제 준비 하셨는지 집에 기르는 닭 두마리를 잡아 백숙으로 내 놓으시는 안주인 고마움이 도를 넘어 송구하기 그지 없다 진정 나는 누구를 위해 다뜻한 가슴, 손길 제대로 내밀고 보여준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되는지 곰곰 생각해 본다 잘 사는 것은 이들처럼 베푸는 이런 삶을--- 스스로에게 矢心해 본다 ![]() 녀석은 주민 중 한 명이 해병대 선배라며 술 잔을 주고 받고 하더니 많이 취했나 보다 오늘은 느림보의 행보다 ![]() 녀석이 취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하여 오후 5시경 윤탁고택 근처의 정자에 쉬게하고 찬찬히 고택 안을 둘러 본다 ![]() 고택 만큼이나 나이 들어보이는 향나무가지가 뒷간과 아름답게 어울린다 ![]() 툇마루는 없으나 이끼 긴 낮은 기단이 너무도 정겹다 ![]() 식솔들의 방 앞에 디딜방아가 정겨움을 더하고 ![]() 한 층 높게 올린 툇마루가 특이하다. 때(2-3년 뒤)되면 나도 이런 집 지어 여름날 대청의 들창 올려두면 해, 달, 바람과 온갖 날짐승이 마음대로 드나들고 그런 자연과 같이 하고픈 지인들과 술 한 잔나누며 살고지고 ![]() 녀석은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없다 오늘은 저녁을 얻어 먹기가 어려울 것 같아 일어나면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해야지? 라면이면 어떻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