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나무에 대한 나의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공원이나 수목원에서 잘 가꾸어진 조경수 정도에나 눈길을 주는 정도랄까?
아무튼 옛날 우리나라 건축의 주종을 이루는 게 목조건물이고 근대에 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여 온 걸 배웠으며 나 또한 한옥에 많은 관심을 가진 후로는 모르는 사이 변화가
있었는가 싶기도 하다.
아울러 교수님들의 각별한 나무사랑이 나도 그런 쪽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이번
방학기간 동안 몇일 산을 오르 내리며 나무 대하는 게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가끔씩 지나치며 대하든 나무인데 오늘은 그가 나를 달리 대하는가 싶기도 하고
누구 한 사람 돌보지 않았는데도 나름대로 자태를 뽐 내기도 한다.
병이 들었든 것인지?
새찬 바람에 불어진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 생명을 다
했겠으나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니 그 향기가 상큼하다.
어려서 벼락이라도 맞은 걸까 피죽이 벚겨지고 속살이 훤하게
보이지만 꿋꿋이 꽤나 오랜 세월을 자랐나 보다.
생명을 다 했는데도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저런 나무 같기를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