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글⊙

홀로서기

milbori1999 2006. 11. 8. 21:10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메이든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부터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다면

이제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를

나의 작은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지우고 싶다

이 표정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속으로 깊은 수렁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 지으며 체념할 수 밖에

위태롭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숴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달려오면 나는 움찔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갈 땐 발을 동동구르며 손짓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 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야 한다

가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 나를 차지하려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 다시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사랑의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하고 어겨보아도

다시는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말고

행동으로써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뎌야 한다

부리에 발톱이 되라

흘러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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