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메이든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부터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다면
이제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를
나의 작은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지우고 싶다
이 표정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속으로 깊은 수렁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 지으며 체념할 수 밖에
위태롭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숴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달려오면 나는 움찔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갈 땐 발을 동동구르며 손짓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 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야 한다
가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 나를 차지하려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 다시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사랑의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하고 어겨보아도
다시는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말고
행동으로써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뎌야 한다
부리에 발톱이 되라
흘러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