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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정말 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여행길 나서 설레임으로 들뜬 내 마음이 채 수그러들지 않은 탓인지 어제 저녁 이종제매와 늦은 시간까지 얘기 나누며 술도 마시고 했건만 5시도 안되 잠이 깼다 밖에라도 나가고 싶었으나 현관문을 열자니 식구들의 단잠을 방해할 것같아 전전불매하니 어제 괜한 연락을 했다 싶은 게 후회막급인데 시간은 왜 이리 더디게 흐르는지 영금이다.
상쾌하고 가뜬하게 씻고 배불리 먹을 때는 좋았는데 순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작은 불편에도 금방 마음이 변하니 부족한 수양 때문에 자신이 원오스럽다 ![]() 동생이 정성스럽게 지어준 아침밥을 먹고 어제 여정을 마무리한 미포에서 부산의 2일차를 시작한다. 하직하고 집나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이 찌맀찌릿한 것이 불쾌하다. 10여분을 걸으니 다행이 증세는 사그라졌다 오늘 저녁엔 낙동강 하구둑이나 을숙도까지 가야 야영을 할 수가 있을텐데 발걸음 보다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 ![]() 해운대해수욕장과 멀리 보이는 동백섬 ![]()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가다 ![]()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배경으로 ![]() 광안대교를 건널 생각으로 진입로까지 1Km 이상을 우회하여 진입하려다 길 옆 파출소에서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사람의 통행여부를 물으니 자동차 전용도로란다 ![]() 몹시 안타까웠으나 발길을 돌릴 수밖에 되돌아 나와 민락교를 이용해 광안리해수욕장으로 가다 ![]() 해수욕장을 둘아 태종대와 용두산공원 들리려 했으나 늦어질 것같아 서부산까지 갈 생각으로 구포 가는 빠른길을 물어 선회하여 길을 재촉해 본다 ![]() ![]() ![]() 한동안 쉼없이 걸어서 제법 먼 길을 온 모양이다. ![]() 연산동인지 잘 모르나 간간이 얼굴을 내민 햇님이 원망스럽다. 긴 장마로 습도가 높고 증습하여 그늘에 앉아 쉬어도 몸은 추지니 피로감은 가중되고 허기증도 빠르게 느낀다. ![]() 편의점을 찾아도 보이질 않고 비상식인 라면을 가지고 다니나 끓여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애어컨 가동중인 식당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사먹고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편히 누워서 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앉아 있을 수 없어 다시 길 나서려니 몸은 천근이요 배낭의 무게감이 만근이다. 그저께 내 글을 보시고 어떤 분이 긴 여정 나서는 것은 대단한 용기지만 농으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 하던데 과연 요즘 개들이 이 고생을 할까 싶다. 어쨌든 앉아서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출발하려는 데 아침과 똑같은 증상으로 발바닥의 감각도 무디고 찌릿찌릿해 찜찜하고 불쾌하다. ![]() ![]() ![]() ![]() 무리하리만치 강행군하며 걸음을 재촉하니 ![]() 녀석은 지친 모습이 역력하고, 당감동에 진입할 쯤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고가차도 밑에서 쉬면서 잠시 비를 피해본다 ![]() 많은 양은 아니지만 장맛비가 오후 3시 이후부터는 내리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 ![]() 아직은 입가에 미소가 보이는 게 동반자보다 내가 더 생생해 보인다 ![]() 지친 동반자와 날씨 그리고 시간관계로 오늘 목적한 곳까지 가기란 무리인 것같다 ![]() 백병원 앞 소공원에서 오늘밤 묵을 생각으로 해질 때까지 기다리며 간단한 식사 후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감을 떨쳐버린다. 대처에서의 밤거리는 인기척이 끊이질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