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紀行文◎

천황산

milbori1999 2009. 11. 3. 13:14

가을에 산을 오르면

오만가지 바람소리를 듣는다.

나뭇잎을 서걱거리며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와

갈대잎이 사각사각대는 마른소리 등

 

그 바람소리는 태생이 떠돌이라서 그런지

아님 내 안에 꽉 찬 바람 때문인지 모르긴 해도

문득문득 길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국토순례 그 후 증상이 더 심해졌다

 

오늘은 하던 일까지 내팽개치고 늘 오르내린 동산에서 벗어나

친구와 높은 산에 다녀 오기로 하고 집을 나서 언양으로 향한다

가는 중 차안에서 간월산, 신불산, 가지산, 천황산을 논하다

배내골 입구 상공회의소 연수원 부근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천황산으로 향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더운 날씨로 산을 오르며 땀을 흘렸는데 차에서 내리니

처움엔 피부에 닿는 바람이 상큼하더니

이내 한기가 들 정도의 바람때문에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다.

갑작스런 동장군의 방문 때문에

천황산으로 가는 팔부능선에 자리잡은 사자평원의 갈대밭

꽃잎이 대부분 떨어져 은빛물결은 아니나 갈대밭에 앉아  친구가 삶아 온 고구마와

소주를 한 잔들이키니 속이 짜-안하다.

나는 평소에 고구마를 잘 먹지 않는다

목이 막히고 입안에서 맴돌다 어렵게 삼켜 두면 잠시 후 속이 더부룩하여

기분이 언짢다 하니 친구가 김치와 함께 먹으라고 조언한다.

사자봉으로 향하다 오른쪽을 살피니 가지산 끝자락에 맛있기로 소문난

밀양 얼음골 사과밭이 시야를 꽉 메우고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그리고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는 집들이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시골풍경이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바람은 더 세차다

내 볼을 스치는 그 소리만 들어도 빡빡한 생활에 리듬과 탄력을 충전할 수 있게 헤

준다

그저 고마울 뿐인 이 廣大無邊한 宇宙속의 자연

신비로운 자연을

덤으로 드리는 눈 요기 감

멀리 보이는 간월산과 신물산 그리고 그 사이에 간월재가 아른거린다

다음엔 신불산 억새평원에 천막치고 밤하늘 별도 실컷 보고 하루밤 묵으러 와야겠다

하니 친구가 자기에게도 얘기 하란다

따라 나설 모양이다

좋은 친구와 별자리 찾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밤 새우는 그날이 기다려 진다

더디어 천황산 사자봉

이 산은 밀양시 단장면·산내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남쪽 5㎞ 부근의 재약산(1108m)과 맥을 같이 하여 같은 산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산세가 수려하여 삼남금강(三南金剛)이라고도 불린다

단장면에는 사명대사 유품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 표충사와 내원암·서상암 등

사찰이 있고, 층층폭포·금강폭포 등의 관광명소가 있으며

북쪽에는 산내천이 곡저평야를 형성하여 농업지대를 이루며, 특히 얼음골 사과가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남명리의 얼음골(천연기념물 224), 가마불 등이 있고,

사자봉 가는 길 900m 되는 곳에 천황산요지군(天皇山窯址群, 사적129호 한국의 가마터

중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산 위에 있으며 조선 중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백자가마터)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아래에서 먹다 남은 소주로 정상주 한 잔하니

귀와 손이 시려 오래 머물 수가 없어

바로 하산할 채비를 한다

제약산 가는 길이고 오른 쪽 아래에 표충사가 자리잡고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친구 주천석이고

그도 나를 사랑하는 박두식이다

우리 안식구 왈 둘을 연인 사이라나?---

하산길에 돌아보니 산그늘 만들고 있는 사자봉

아쉬움에 또 돌아보고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고

산그늘 짊어지고 힘없이 가는 저 길손은 어느 고을 각설인고?

천황산을 넘어가려는 햇님

아쉬움에 스케치 한 폭

하산길에 눈 덮인 겨울산을 찾아 보라고 감탄소리가 절로 난다 하였더니

친구들과 함께 꼭 힌 번 오자하네

내려오다 다시 만난 햇님 그 님이 다 넘기 전에

동쪽 하늘에 솟아 오르는 달님

아름다움이

극치에 다다르고

오늘을 마무리 하려한다

어둠이 빠르게 깔리고


짙은 어둠속을  달빛을 벗하고 그림자 드리우며 내려오는 길이 오래전 야간산행을

즐기든 때가 주마등처럼 스치고

정겨운 달과 산산한 바람이 생활에 활력 가득 불어넣어 주니

한량 없이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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