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부터 쉼없이 내리는
빗줄기가 새벽까지는 장대같더니
5시 잠에서 깨어나도 여전하구나
천막 밖으로 나와 정자에 앉으니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정겹고
비오는 중에도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새 울음소리와
흐르는 냇물소리가 조화로워 자연의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다.
날이 막 밝을 무렵에는 빗줄기의 기세가 꺽이니 마음이 잔잔하여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하삼천 마을의 골목길을 우산 쓰고 거니니
자연이 온전히 내 것이 된 듯 기쁨이 북바쳐 온다

다층으로 쌓은 돌담장과 작은 집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

흙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멋지게 쌓은 돌담

단장 위의 호박넝쿨과 그 아래에 이끼 낀 돌 그리고 담쟁이 덩굴

비포장길과 낮은 담, 물 그리고 안개,
자연과 하나되어 아름다운 산수화 같은 풍경 속으로 한가하게 이골목 저골목
거닐자니 즐거운 마음 비할데가 없구나

아침을 먹는 사이 빗줄기는 더 약해지더니

길 나설 무렵에는 멈춘다
오늘 오후에는 안사람과 이종 내외가 격려차 광양으로 온단다

작은 걸음나비가 보태져 마침내 경상남도 벚어나려는 순간이다
12일이 소요됐구나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 잿빛 하늘과 섬진강 하구 풍경

선착장인지 골재 운반선인지 구분이 안되는 그러나 크기가 대단하다

이제 동반자의 기세는 등등하고

전라남도 광양시에 11시쯤 입성

또 다른 추억이 늘어나겠구나

내 사는 곳과 별반 차이 없으나 조금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그들과 나그네 길에서 만나 맘 나누고, 정도 쌓고, 추억거리 만들고,
쌓인 그 정이 깊으면 더 좋고
그래서 감동받아 기쁨으로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멋진 여행길 만들어 보자

엣 이름이 광양제철소의(포스코) 정문을 지나며

단지내 주거시설과 편의시설 등 그 규모가 대단하다

12시가 좀 지나 그들과 만나 백운대 앞 솔밭에서 준비해 온 돼지고기를 굽고 점심을
맛잇게 먹었다

두어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을 돌려 보내고 헤어지려니 맘이 야릇하다
어찌하나 갈 길이 따로 있는데

안내소에 들러 전라남도 관광안내도를 구하고 직원께서 타서 주는 차도 한 잔 얻어
마시고 낯선 곳으로 볼거리 찾아 갈 길 재촉해 본다

광양시를 벗어나

광양읍 경계에 들어 설 쯤에 벌써 사방에 짙은 어둠이 깔린다

하지만 동반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묵을 수 있는 곳까지 강행군이다
낮에 식구들과 만나 보낸 두어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마무리하고 쉬었으면 좋으련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죽기 살기로 발걸음 옮긴다

순천가는 길목에 어디쯤인지 모르는 곳에 저녁 8시쯤 당도하더니 무거운 짐 내려놓고
천막치고 저녁먹을 준비를 한다
아들녀석이
혼자였으면 게으름 피우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을텐데
고마운 동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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