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土巡禮●

7월 20일(희망의 땅끝으로)

milbori1999 2010. 5. 9. 21:24

새벽 바람이 서늘하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장마로  무더위는 기세를 잃은지 오래이고 천막 안 밖의

기온은 가을임을 느끼게 한다.

어제 밤 늦은 시간 여정을 마무리한 이곳은 호젖한 숲길과 고즈넉한 산사와 같은

마을 이었다.

국토순례길의 반환점으로 생각되는 땅끝으로 향하여 오늘은 동반자와 새벽부터

배낭을 챙기고 길을 나선다

 

부슬비라도 내릴 듯 잔뜩 흐려 있는 아침

흐린 날 더욱 생기를 찾는 숲은 촉촉한 흙 비린내를 물씬 풍긴다.

일상의 잡다한 일 모두 털어버리고 국토순례길 나선지 20일째

국도를 걸으며 어느덧 눈을 열고,

지방도 따라 걸으며 귀를 열고,

해안길 비포장길 걸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너무 조용하여 쓸쓸함마저 들고 호젓한 숲길 같은 외곽 도로를 3시간여 걸으서

북일면 소재지에 도착 55번 지방도의 갈림길에 인접한 소방서에 들어가 맛집을

물어본다. 아침을 먹기위해

규모도 크지만 어디를 가나 찬들이 식탁 가득히 나온다

이집은 홍어회와 홍어탕을 끓여 준다. 녀석은 처음이라 그런지 먹지를 않는다

달과 관계가 깊어 보이는 길인 것 같다

내 짐작이 맞았다

면소재지를 벚어나니 길 좌우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77번 국도로 접어들어 땅끝으로 향하는 데 카메라가 말썽을 부린다

짧은 식견으로 아무리 만져봐도 먹혀 주질 않는다

남창에는 서비스 센터가 없어 녀석을 길가에 남겨두고 버스를 타고

해남읍으로 향한다

밥 해 먹는 시간까지 줄이며 새벽길 나섰는데 더뎌지는 여로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나보다

40여분이 지나 남해읍 삼성서비스센타에 도착 카메라를 보이니

수리기간이 1주일이나 걸린단다

광주로 보내야 되므로---

새로 구입을 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되돌아 오니 3시간 정도 소요됨

길가에 정겨운 우체통이 서있고

TV에도 여러번 방영인 된 모양인 시골 백화점

명소가 더러 있음을 알리는 입간판을 보니 땅끝이 가까워 지는 모양이고

안개비가 자욱하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아쉽게도 바다풍경은 볼 수가 없어 안타깝지만

무거운 짐 지고 발길 내딛는 동반자의 처진 모습

희끄므레한 바다가 보이는 곳에 한 무리의 해당화 나무

박물관에 당도하였으나 늦은 도착으로 관람이 불가 함

어둠이 짙게 깔리고

빗방울이 굵어질 때 땅끝 마을에 도착

벅찬 가슴 쓸어 내리며 자축할 장소를 물색해 본다

우중이지만 9시경 늦은 도착으로 마땅한 곳이 없어 회센타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 여기까지 긴 여정을 함께해 준 동반자가 고맙고

무탈하게 이 자리에 앉아 자축할 수 있는 것만으로 크나큰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을 위해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 저녁을 먹고 바닷가 공원의 공중화장실에서

몸닦고 빨래해 정자 난간에 걸쳐두고 곧장 잠자리에 든다

내일의 해돋이를 위하여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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