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멋진 날)

5시 보성차밭 건너편 정자에서 일어나니 새벽녘이 멋지다 두시기도 멋지고 편백나무 숲이 멋지다. 어느 것 하나 뒤틀린 곳 없이 하늘로 쭉쭉 뻗어나가 마치 하늘과 맞닿은 것만 같아 더 멋지고 그 가운데 난 오솔길도 멋지다 먼 산을 넘어 오는 흰구름도 멋지고 짙은 차밭도 멋지다 차밭 가운데 우뚝솟은 내가 이름 모르는 나무도 멋지고 우의 입은 녀석도 멋지다 차 밭고랑도 멋지고 나랑 동반자 둘이 다 멋지다 아침에도 멋지고 차밭고랑 사이의 잡초도 멋지다 날이 개여 희끄무레 보이려는 바다도 멋지고 상큼한 공기도 멋지다 온통 푸르름이 멋지고 낮에도 멋지다 날이 흐려지려고 해도 멋지고 빗방울이 떨어져도 멋지다 짤은 수염도 멋지고 앞자리에 선 녀석도 멋지다 녹차아이스크림도 멋지고 아이스녹차도 멋지다 울울창창한 숲사이로 꽐꽐거리며 흐르는 물이 정말로 멋지다 녹차밭에 둘러 쌓여 있는 하얀집의 녹차시음장도 멋지다 갈 길이 멀어도 멋지고 남은 여정이 많아서 더 멋지다 들릴 곳이 많아 멋지고 볼거리 가득하여 멋지다 이곳 출생이신 판소리 명창 정응민선생님예적지도 멋지고 어디를 가도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어디를 함께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갯벌도 멋지고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도 멋지다 산발적으로 뿌려데는 장맛비도 멋지고 그럼에도 게의치 않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도 멋지다 위에 본 것이 수문해수욕장으로 정말 멋지다 서울아닌 안양의 신촌교차로도 멋지다 가시연꽃이 서식하는 곳이라는 안내문도 멋지고 이런 연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나도 멋지다 꽃이 없는 연도 멋지다 10Km도 멋지고 2Km도 멋지다 길 지나가는 우리를 불러 아이스크림과 냉수를 건네 주시는 주민들도 멋지다 사흘이 멀다하고 격려전화 주시는 지인들과 친구들도 멋지고 온통 멋진 것들이 즐비하여 멋지다 저녁이 되어도 멋지고 멋진 것이 이렇게도 많으니 멋지다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에 "엄가네식당"의 백반이 최고라 멋지고 동계마을 정자에 도착 묵기를 청하고 몸 닦을 곳을 여쭈니 자기 집으로 오라는 바깥 주인이 멋지고 샤워 후 과일과 시원한 맥주를 권하는 안방마님도 멋지다 배가 불러 터질듯 하여 멋지고 오만가지가 다 멋지니 인생 또한 멋지지 아니하겠는가? 멋지기 때문에 멋진 날에 놀러 다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