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土巡禮●

일곱째 날

milbori1999 2009. 9. 5. 21:22

어제 14시간 동안 50Km 이상의 무리한 행보가 늦잠을 자게 만들었다

눈을 뜨니 8시30분

기운이나 몸은 상쾌하고 가뜬하나

반면 발은 욕탕에서 마사지를 해도 痛覺 외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다

발가락에 잡힌 물집으로 뒷굼치로 걸어서 인지 속살과 겉껍질이 분리가 되어

아리다.

물집 잡힌 것도 아닌데---

 

밖에는 어제 기상예보대로 비바람이 거세다

돝섬을 둘러볼 생각인데 여객선은 운항할지?

휴식을 겸하여 바람이라도 멈추기를 기다려 보는데

12시가 지나도 바람은 오히려 아침나절 보다 거세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여느 때보다 늦은 출발이긴 하나 또 하루의 나그네길을 시작 해야 되겠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발이 부르트도 잠시도 머뭇거릴 수 없는 노릇

여객선터미널로 향하다 마산하면 아구찜?---

여행 중 맛보는 음식속에는 그 곳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담겨 있다고나 할까

이른 점심이지만 맛있는 집을 묻고 찾아 모처럼 잘 먹었다.

일품이다

맛이

녀석도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제일 맛이 좋단다.

이 한끼의 점심 식사가 그 어떤 문화유적과 佳景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것같다

때로는

육교를 지나면서 비내리는 마산 시가지를 배경으로 판초우의 입은 동반자의 모습

지척에 돝섬이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風浪때문에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라

아쉽게 발길 돌린다

터미널 벽에 붙은 시간표와 운임표를 보니

10분거리 밖에 안된다는데 요금이 제법 비싸다

시가지를 벚어날 때 쯤 바람은 세차지만 잠시 빗발은 멈춘다

일주일 사이 많은 분들께서 일기, 몸 상태, 음식 걱정 하시며 이틀이 멀다하고

전화 주셔서 격려 아끼시지 않으니 지친 우리 부자에게 얼마나 큰 힘인지 모르겠다

용기백배하여 다음 목적지인 통영으로 달음질하듯 절룩거리며 걷는다

그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고,

계획한 일정대로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처진 어깨와 지친 모습으로 지나는 우리에게 길가  범일해양백화점 사장님께서 부른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며 아이스크림 두개를 건네며 우리의 관계를 묻는다

부자간이라 직답드리니 의아해 하는 반응을 보이시더니 아버지는 차치하고

아들이 길따라 나선 게 대단하다며 요즘 얘들은 대다수가 초등학생 이후에는 부모와

함께하는 것을 꺼린다며 기특해 하신다

왠지 어깨가 우쭐하다

 

오래 지체할 수가 없는 탓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고마움의 인사드리고 갈 길을 제촉한다

장마비가 그치니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간간이 먼 산 고개를 넘는 흰구름이 정겹고

가끔씩 부끄럽게 내미는 햇님 때문에 산 그늘이 내리는 것을 보니 하루가 저무려나

조용한 하루의 마무리와 최고의 안식처이고 즐거움이 있는 보금자리

천막 칠 곳을 찾아야 할 시간이 된 모양이다


동전터널을 지나니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사방이 어두워 진다

또 한줄기 비가 내릴 모양이다


오늘을 걱정하고 민가를 찻는데 고성까지의 거리표식은 30Km를 가르키고

녀석이 잡은 일정을 봐서 2-3일은 더 걸어야 눈 요기라도 할 곳 통영이나 고성에

당도할 수 있겠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면 시원해서 걷기에는 훨씬 수월하나 불편한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거스를 수가 없는 것

 

주위가 제법 어두워질 무렵 오산마을 도착

이장님을 뵙고 정자에서 나그네로 하룻밤 머무르려니

비바람이 거세다며 제실로 우리를 안내한다

제실은 행사시에만 사용을 하다보니 먼지가 많이 쌓여 거실, 주방, 방바닥이 엉망이다

친절을 거절할 수가 없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아들녀석은 저녁준비를 하고

난 청소 하는데 1시간 가까이 소요되다

누울 자리만 청소하자니 양심이 허락치 않는다

 

그 사람의 친절이 때로는 나를 이렇듯 힘들게 할 때도 있구나 싶으나

마음은 방바닥 만큼이나 粲然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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