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土巡禮●

아홉째 날

milbori1999 2009. 9. 26. 19:20

이정표 살피며 발길 가는대로 해보는 여행길은 실제로 늘 원했던 내게는

크나큰 도전이다

요 며칠 동안 힘겹게 걸어온 해안길 또는 지방도와 국도를 가끔 돌아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싶은게 스스로도 무지하게 놀라기도 하고

지나온 삶도 함께 되돌아 볼 수가 있는 여정이다 싶기도 하다

 

발길 깝치다가 이따금 쉬엄쉬엄 고삐를 늦추며 우리가 지나는 마을 입구나

정자에서 쉬고 계시는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삶의 향기도 느끼고

여유롭게 좌우 山河를 살피면

여름산의 짙은 녹음이 한층 풋풋하고

시냇물은 더 큰 세상을 만나려고 바다를 향해 쉼없이 흐르고,

가는 도중 우리처럼 많은 일들을 겪을테고

돌부리에도 채이고, 강한 햇빛을 만나면 마르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 붇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바다에 닿을 때까지 스스로 멈추거나 그침이 없이

어쨋든 계속 흘러 가겠지?

우리처럼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넓은 바다에 도달하면

그들에겐 그 끝이 시작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만 아니듯이

인생도 저 강물의 일생일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지명들이 수두룩하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더니 작은 한 발의 걸음나비가 보태져 300km 이상을 걸어

고성에 닿았더니

공룡이 우리를 반기고

상족암 공룡박물관은 통영에서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을 구경한 후

사천 가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통영가는 길목에 고성탈박물관이 있어 우선 관람하기로 하다


욕심부리자면 산악인 엄홍길 전시관도 들리고 싶다

박물관 초입에 갖가지 형상으로 조각되어 세워진 목장승들 앞에서


이 녀석들의 꼬락서니며 하고 있은 폼이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고 피로감을 한 방에 떨쳐 버리게 한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고구려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의 많은 각종탈들이 있어

즐거운 볼거리가 즐비하다


실내가 시원해 휴식을 겸하여 1시간동안 찬찬히 구경을 하고


박물관을 나서니 숨통이 막힐지경이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통영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힘차다

시간이 오후 2시인데 통영까지의 남은 거리는 20km를 남겨두고

탈박물관에서의 작은 휴식에 탄력을 받아 통영가는 걸음이 한결 가볍다



통영시 초입인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과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시가지며 상큼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무적해병 출신의 늠름한 동반자 모습

이 놈도 얼굴에 생기를 띄우는 게 제 페이스를 찾아 탄력이 붙은 것같다

바다와 주변 섬들이 아름다운 도시인 이곳은 충무시 때부터 낚시하러 자주 찾은

곳이라 정감이 넘치는 도시다


해넘이가 시작될 무렵 시내에 도착

녀석이 군대생활 때 후임을 만나 함께 식당에서 충무김밥으로 저녁을 먹고

둘을 남겨두고 먼저 찜질방으로 향한다

또 다른 내일을 위하여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고

'國土巡禮●'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11일(상족암/공룡박물관)   (0) 2009.10.15
7월 10일(남망산/한려수도/고성)  (0) 2009.09.28
일곱째 날   (0) 2009.09.05
여섯째 날  (0) 2009.09.03
다섯째 날  (0) 2009.08.25